3박4일 로키투어를 마치고 방금 집에 돌아왔습니다. 마치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기분입니다.
중고등학교때 수학여행이란 저에게 아주 설레고 멋진 여행이였습니다. 항상 수학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피곤함 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고, 아직도 그 때를 돌이켜 보면 가슴에 남아 있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로키투어 또한 평생 저에게 그런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던 사람이였습니다.
“투어상품 따라가는게 아닌, 백팩 매고 맨몸으로 떠나는 자유여행이 진정한 낭만이지”
하지만 이런 투어 여행이라면 전 100번이고 1000번이고 더 할래용

실제로, 마지막날인 오늘 마지막 식사를 할 때 제가 옆에 있던 분에게 했던 말입니다.
“진심으로 하루 더 있고 싶어요.”
돌아가는게 너무 슬프고 싫었습니다. 여태 투어를 해보면, 항상 마지막은 지치고 힘들어서 집에 얼른 가고싶기 마련인데 왜 그랬을까요
돌이켜보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로키산맥이 워낙 먼 곳에 있기에 밴쿠버에서 출발한 우리는 첫날 대부분을 버스에서 시간을 보내야했습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그 많은 시간을 간다니. 하지만 홍선민 가이드님이 마이크를 잡으신 순간부터는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습니다.
우선 빌드업이 장난이 아니십니다. 로키산맥을 즐기기 위해 알아야 할 곁가지 것들, 로키산맥을 만나게 됐을 때 궁금할 수 있을 만한 100% 모든 것들을 아주 재밌고 즐겁게 설명해주십니다.
첫날이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음에도, 한국에 있을 때는 이렇게 긴 시간을 버스에서 보낸 적이 없었음에도, 그 첫날은 체감상 저에게 가장 짧은 버스 시간이였습니다. 시간이 워낙 잘갔어요. 저는 가는 중에 눈도 조금 붙이고 그럴 생각이였는데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유익해서 눈 붙일 틈이 없습니다. 얼마전에 영화관에서 겨우 2시간짜리 엘리멘탈 보다가 거의 2/3을 졸았는데, 10시간 버스 와중에 단 한번도 졸음이 쏟아진 적이 없습니다.

첫날 이렇게 버스시간을 순식간에 삭제시켜주신 덕분에 이틀차도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이틀차부터 본격적인 로키산맥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도 홍선민 가이드님은 항상 마이크를 잡고 버스의 맨 앞에 우뚝 서계셨습니다. 우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해 주시기 위함이셨을거에요. 아주 완벽했습니다.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버스 밖 관광지에서는 사람이 붐비지 않는 숨은 포토 스팟들로 우리를 데려가주시고, 한명 한명 사진도 찍어주시고.

로키 산맥 관광지들이 어땠는지는 자세히 적지 않겠습니다. 그냥 가이드님이 첫날 출발할 때 하셨던 딱 한 문장으로 모든걸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님께서는, “여러분들, 로키산맥이 눈 앞에 펼쳐지면 아마 어떤 모습일 것 같다라고 지금 머리속에 상상을 해보세요. 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상이에요. 인터넷으로 로키산맥 사진을 수없이 봤지만, 사진이 절대 절대 저어어어얼대 못 담는 웅장함과 압도감은 직접 느끼셔야합니다.

제가 여태 살면서 유럽도 가보고, 유럽에서는 알프스 산맥도 가보고, 여기저기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려고 하고 실제로 많이 다녀봤는데,
로키산맥 3박4일 로얄투어가 현재 1등입니다. 이렇게 여운이 가시지 않던 투어여행은 정말 처음이였어요. 수학여행의 그 감정이 떠오르던 투어여행은 처음이였습니다.

그리고 하나 드는 후회는 ..
저는 밴쿠버에 10개월을 있었고 2개월 후면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로키 3박4일 홍선민 가이드님 투어를 조금만 더 일찍 왔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이드님께서 캐나다가 로키산맥과 같은 대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캐내디언 정서를 설명해 주셨는데,
저의 밴쿠버 생활 초반에 이런 설명을 들었다면 아마 제가 캐나다를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을 것이고 캐나다를 더욱 깊이 공감하며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10개월이나 지나서 알다니 ..
또한, 가이드님께서는 로키산맥 관련 내용 말고도, 캐나다에 관한 여러가지 내용들을 설명해주시는데. 한 80프로는 제가 10개월 밴쿠버에 살면서 한번쯤 궁금해하던 요소들이였습니다.
이런 것들을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걸 ..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아까 투어버스에서 내려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학여행은 같이 갔던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다음날 학교에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4일을 저와 함께 해주셨던 가이드님과 다른 여행객분들은 이제 언제 만날 지 모릅니다.
내가 너무 샤이하게 있지 않았나, 4일을 함께 했던 한분 한분 대화를 나눠볼걸 .. 하는 후회도 해보고요..
그래서 더더욱 여운이 가시지 않고, 제 30년 인생 최고의 수학여행으로 남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앞으로 로키산맥 투어를 가시려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계시다면 홍선민 가이드님과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3년 6/24~6/27 저에게 최고의 추억을 선물해주신 홍선민 가이드님과 여행객분들 정말 감사합니다!